• : re

    "삶은 본래 정치적입니다. 마땅히 슬퍼할 만한 것에 슬퍼하고, 분노해야 할 것에 분노하고, 연대할 것에 연대하는 것이 '정치적'이라면, 저는 기꺼이 정치적으로 살겠습니다.”

   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 권력구조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다. 중립을 지키겠다며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것 또한 기존의 권력 구조를 유지하고 싶다는 정치적 입장에 대한 노골적인 편향이자 표명이다.


    2025년 05월 30일 ― 공정감각 / 나임윤경

  • : re

   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?
   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?

    자료를 읽을수록 이 질문들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는 듯했다.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접하며, 오래전에 금이 갔다고 생각했던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마저 깨어지고 부서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. 이 소설을 쓰는 일을 더 이상 진척할 수 없겠다고 거의 체념했을 때 한 젊은 야학 교사의 일기를 읽었다. 1980년 오월 당시 광주에서 군인들이 잠시 물러간 뒤 열흘 동안 이루어졌던 시민자치의 절대공동체에 참여했으며, 군인들이 되돌아오기로 예고된 새벽까지 도청 옆 YWCA에 남아 있다 살해되었던, 수줍은 성격의 조용한 사람이었다는 박용준은 마지막 밤에 이렇게 썼다. "하느님,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? 저는 살고 싶습니다."

    그 문장들을 읽은 순간, 이 소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벼락처럼 알게 되었다.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.

   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?
   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?

    이후 이 소설을 쓰는 동안, 실제로 과거가 현재를 돕고 있다고, 죽은 자들이 산 자를 구하고 있다고 느낀 순간들이 있었다. 이따금 그 묘지에 다시 찾아갔는데, 이상하게도 갈 때마다 날이 맑았다. 눈을 감으면 태양의 주황빛이 눈꺼풀 안쪽에 가득 찼다. 그것이 생명의 빛이라고 나는 느꼈다. 말할 수 없이 따스한 빛과 공기가 내 몸을 에워싸고 있다고.

    2025년 05월 28일 ― 한강

    • [전문] "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아름다운가"…한강의 수상소감 LINK
      피프티 피플 필사 다시 보다가 떠오른 한강 작가님 인터뷰

      2025년 05월 28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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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"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요. 당사자니까, 끄트머리에 서 있으니까. 그래도 오만해지지 맙시다. 아무리 젊어도 그다음 세대는 옵니다.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에요.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. 후회 없이."

    2025년 05월 28일 ― 피프티 피플; 소현재 / 정세랑

  • : re

    "왜 지옥구덩이에요?"
    "사는 건 지옥구덩이 같은데 즐거울 때는 소수의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을 때뿐이란 걸 잊지 않으려고요."

    2025년 05월 28일 ― 피프티 피플; 지연지 / 정세랑

  • : re

   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,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.
   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.

    2025년 05월 28일 ― 피프티 피플; 이설아 / 정세랑